본문
[궁금한이야기 ⓘ] 내 택배는 왜 옥뮤다 삼각지대에 빠졌을까
영화 '테이큰'의 명대사 "I will kill you'를 옥천HUB 버전으로 패러디했다.
온라인쇼핑 이용자들에게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가 있다. '옥뮤다 삼각지대', '지옥천'라 불리는 옥천HUB다. 옥천HUB는 CJ대한통운의 허브터미널로 택배가 이 터미널을 거치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사라지기까지 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다. 옥뮤다 삼각지대라는 이름은 항공기나 선박이 이유 없이 사라진다는 대서양의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따왔다.
· "전 버섯이 옥천 다녀오더니 고...ㅁ팡이가 되어서ㅠㅠ 업체에서 재발송해줬어요;;"
· "옥천허브 들어간 택배 기다리는 게 군대 간 남친 기다리는 것보다 힘들어요"
· "옥천허브 농담인 줄 알았더니 너무 심해요.. 옥천에서 딴 데로 갔다가 다시 옥천으로 들어가고. 다른 택배 사면 1~2일이면 올 거 옥천 거치니까 기본 3~4일이네요"
· "광명에서 부천 오는데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걸 왜 굳이 충북 옥천까지 가야 하는지?"
· "내 택배는 옥천허브에서 한 3일 지내고 음성에 하루 놀러 갔다 옴. 음성은 왜 갔을까.."
· "서울 용산에서 공덕으로 보낸 택배가 왜 이틀이나 옥천HUB에 있어야 하는 건가요"
옥천HUB의 물류 처리 모습. ⓒ CJ대한통운
택배 이용객들의 가장 기초적인 궁금증은 왜 택배가 허브터미널을 거치느냐다. 앞선 사례처럼 용산에서 공덕으로 택배를 보낼 경우 곧장 가면 훨씬 빠를 텐데 왜 충북 옥천까지 가는 것일까? 이유를 알려면 택배 물류 처리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택배회사는 내 택배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하루에만 평균 270만 박스의 택배를 처리한다. 그러니 택배를 한데 모았다가 배송지역에 따라 재분류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허브터미널에서 이런 역할을 한다.
최소 3곳의 터미널을 거치는 택배 배송 과정
1. 집화터미널 : 택배기사가 택배를 보내려는 개인이나 기업에 방문해 상품을 인수한다.
2. 상품이동(1차) : 집화한 상품을 대전, 옥천, 청원, 용인, 군포(CJ대한통운 기준) 터미널로 옮긴다.
3. 허브터미널 : 대전, 옥천, 청원, 용인, 군포 중계터미널에서 받는 이의 배달지역으로 상품을 분류한다.
4. 상품이동(2차) : 분류된 상품을 배달지역의 지점으로 옮긴다.
5. 배달터미널 : 배달지역 지점에 도착한 상품을 분류해 받는 사람에게 전달한다.
택배가 배달되는 과정 ⓒ CJ대한통운
이 같은 시스템을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모델이라고 부른다. 국내 최대 택배사인 대한통운은 전국에 다섯 개(대전, 옥천, 청원, 용인, 군포)의 거점을 가지고 있다. 옥천HUB도 여기에 포함된다. 허브터미널에서 분류를 마친 택배는 서브터미널이라는 지역 거점으로 이동한다.
국내 대부분의 택배회사들이 이 같은 허브 앤드 스포크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허브 앤드 스포크 모델을 채택할 경우 운영 비용 및 상품 분류, 보관, 배송 등 택배 서비스 전반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델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업체 측에서도 인정하지만, 현재로서는 대체할 만한 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인 문제로는, 택배 서비스는 하루라도 지연될 경우 타격이 커 네트워크 운영방식을 단번에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왜 옥천HUB에만 가면 지연되느냐고요
옥뮤다 삼각지대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 산업정보포털 i-DB
허브터미널 지연 및 분실은 사실 옥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HUB, 군포HUB로 검색해봐도 택배가 비슷한 사례는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옥천HUB가 유독 부각되는 것은 이 터미널이 CJ대한통운에서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취급하는 택배의 70%는 옥천HUB에서 처리한다. 그러니 CJ대한통운에서 지연이나 분실 사고가 발생했다면 옥천HUB에서 일어났을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택배보다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여전히 직접 배송을 고수하거나, 핵심 전략으로 쓰는 기업도 있다. 직배는 업체가 직접 소비자 집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에서 대형가전을 구입하면 전문 설치기사가 배달부터 설치까지 해준다. 쿠팡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로켓배송'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배가 택배보다 믿음이 가는 게 사실. 직배를 통한 브랜드 로열티 높이기 전략이다.
글 / 이혜원
(won@i-db.co.kr)| 작성기사 더보기
[ⓒ 산업정보포털 idb.imarke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보기
-
- [현장용어번역기 ② 물류] 구루마로 옮겨주세요
- 구루마는 물류현장뿐 아니라 일반회사에서도 하나씩은 갖추고 있는 있는 운송수단이다. 짐을 옮길 때 쓰는 수레로 바퀴가 달려 있어 무거운 짐도 손쉽게 나를 수 있다. 대차, 밀차, 핸드카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
- [리뷰] 한국 물류산업의 현재와 미래! : 국제물류산업전을 가다
- 계단을 자동으로 오르내리는 리프트카, 작업자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모바일 파워 카트, 무인 배송이 가능한 드론 기기까지. 물류, 배송, 패키지 등 제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국제물류산업전이 킨텍스 제2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
- [카트의 경제학] ① 대형마트 쇼핑카트의 오해와 진실
- 쇼핑카트에는 여러가지 속설이 있다. 카트를 가득 채우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매년 카트 크기를 조금씩 늘린다는 설, 카트를 일부러 무겁게 만들어 천천히 걷게 해서 더 많이 물건을 사도록 만든다는 설 등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갖가지 소문들이 떠돈다.
-
- [그래픽뉴스] 온라인쇼핑 날고 백화점·전문점은 주춤
-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월 무점포소매 판매액은 16.9%, 편의점은 1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1월과 비교했을 때의 결과다. 무점포소매란 인터넷, 모바일, 홈쇼핑, 배달, 방문판매 등 오프라인 점포가 아닌 곳에서 이뤄진 소매판매를 의미한다.
-
- 국내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최저가보상제 TOP3
- 클리셰처럼 보여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저가보상제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97년 시작됐으니 올해로 벌써 20년째다. 최저가보상제 탄생 20주년을 맞아 국내 유통업계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최저가보상제 사건 3가지를 꼽아본다
-
- 로봇이 짐 옮기고, 공장 자동화... '스마트 공장'이 뭐길래
- 로봇이 짐을 옮기고, 공장 시스템이 자동화되는 '스마트 공장'의 시대가 올까? “중소기업이 혁신적 아이디어로 기회를 잡아서 히든챔피언(각 분야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강소기업)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뉴스토마토, 2017-09-10)는 말로 제조업 분야에서의 4차 산업 분야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
- [바르샤바 공대생툰] 5화 폴란드에서 만난 사람들 (2) 룸메이트 기타
- 폴란드에서 만난 사람들 두 번째는 룸메이트 기타입니다. 인도에서 온 기타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전자재료 전공 학사를 마치고, 석사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바르샤바 공대에 왔습니다.
-
- [권병태의 노가다 일기] ③ 청년들을 현장으로 모으기 위한 5가지 방법
- 오늘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진입하는 레미콘 차량 안내와 보행자 보호 신호수 일을 했습니다. 신호수 일은 오후 3시경 끝나 남은 시간에는 주변 정리와 청소를 했습니다. 콘크리트 주입용 펌프카가 있던 공사현장 외부 도로 청소였습니다. 그러던 중 저와 또래고 직책은 모르겠지만 그 현장에서 오래 일한 걸로 보이는 사람이 처음부터 반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
- 서양사람들은 왜 우산을 잘 안 쓸까?
-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종종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서양 사람들은 왜 우산을 안 쓰나요?" 비가 오면 반드시 우산을 쓰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웬만한 비에는 우산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우산을 쓰지 않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오간다. 기후가 건조해 비를 맞아도 금방 마르기 때문이라는 설, 한국의 장마처럼 비가 쏟아지는 게 아니라 보슬비라 굳이 우산을 쓸 필요가 없다는 설 등이 설득력을 얻는다.
-
- 국내도입 시급한 지진대비 생존캡슐, 가격은 2천만원
- 이 생존캡슐은 지진대피용품의 끝판왕이다. 지진이나 쓰나미, 토네이도, 허리케인이 발생하면 재빨리 이 캡슐로 대피한 뒤 문을 닫으면 된다. 항공기를 설계하던 전문가들이 만든 만큼 최고의 강도를 자랑한다. 극한의 추위와 물리적인 파편, 화학물질로부터 인체를 보호해준다. 물에 뜨도록 설계돼 쓰나미가 몰려와도 생존캡슐에 있으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