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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기계

[르포] 탱크도 만든다던 청계천 공구상가는 지금…

기흥툴링 이규홍 대표(왼쪽)와 근풍파워툴 유재근 대표. ⓒ 이혜원 기자

5남 5녀, 다복한 가정에서 일곱째로 태어났다. 원래 그의 꿈은 교사였다. 교육대학을 졸업해 선생이 되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제대 후 우연한 기회에 청계천에 발을 들였다가 공구 도매상으로만 꼬박 40년을 일했다. 청계천에서 공구도매를 하는 기흥툴링 이규홍 대표 얘기다. 사업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늘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지난해에는 경영학 학사 학위도 땄다.

"사실 내가 장사할 성격은 아니야. FM대로 하면 되는 공무원이나 교사 스타일이지. 지금도 가끔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선생 아니냐고 그래. 선생같다고. 그런 얘기 들으면 내심 기분은 좋지. 꿈이었으니까. 하여간 그때만해도 자기한테 맞는 일, 꿈꾸는 일을 하는 게 쉽지가 않았어."

"청계천 한 바퀴 돌면 탱크도 만든다"
"벙어리도 청계천 3년이면 말을 한다" 청계천의 황금기

그가 처음 청계천에 나온 건 1977년이다. 한국의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 유통의 메카였던 청계천의 황금기다. 청계1가부터 8가까지 걸어가면 국내에 유통되는 의식주 관련 모든 물건을 구할 수 있던 시절이다. 청계천을 한 바퀴 돌면 탱크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과장 섞인 얘기, 벙어리도 청계천에서 3년만 일하면 말을 하게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만큼 활기가 넘치는 상권이었다.

지금은 침체된 시장이다. 을지로 노가리골목은 되레 호프 명소로 유명해졌지만 유통상인들은 하나 둘 청계천을 떠났다.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소매업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전환된데다 임대료는 계속해서 올랐다. 일부는 청계천 복원사업 때 동남권 유통단지인 가든파이브로 넘어갔다. 현재 남아있는 공구상인들은 대부분 도매상이다. 지난 20일 청계천에서 기흥툴링 이규홍 대표, 근풍파워툴 유재근 대표를 만났다. 점포에서 시작한 인터뷰는 자연스레 을지로 노가리골목으로 이어졌다.

한달 봉급 3만원에 2년간 근무…떠돌며 중간商하다 점포 차려
"큰 돈 못 벌어도 아이들 대학에 결혼까지 시켰으니 보람"

"그 당시 어땠냐고? 아이고, 말도 마. 한 달에 3만원씩 받아가며 일했지. 거의 밥만 먹여주면 일하는 수준이었어. 그렇게 일을 배우고 나선 나까마(중간상인)를 뛰었지. 당시 시작은 다 비슷비슷했던 것 같아. 점원으로 시작해서 나까마 뛰다 자기 가게를 차렸지. 개중에 포기한 사람도 있고, 성공한 사람도 있고. 성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뭐, 나는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봐. 사업가 체질은 아니지만 성실하게 하다 보니 밥은 먹고 살았고, 이거 해서 애들 공부 가르치고 시집 장가 보냈지. 아들이랑 딸이 애를 둘씩 낳아 손주도 넷이나 봤고"

당시 청계천에서 공구상을 시작한 이들은 엇비슷한 길을 걸었다. 이 대표는 월급도 못 받고 일했지만 유 대표는 1978년에 월급 5만원을 받았다. 이수툴의 신찬기 대표는 1980년 작은아버지 밑에서 일하며 12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자 유 대표는 "12만원이면 자네 작은아버지가 조카라고 꽤 챙겨줬던 것"이라고 거든다.

이 대표는 스스로가 장사꾼 체질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부침 많았던 40년간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성공의 증거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큰 돈을 벌지는 못했어도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만족한다고 했다. 청계천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평생지기 동료들을 얻었고, 자기만의 사업도 생겼다.

"여기 와서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 일부 상인들 때문에 '청계천 가면 코 베어간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이야. 인간미 넘치고 순수하지. 사업하면 좋은 게 그런 것 같아. 직장생활은 너무 짧잖아.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40살만 넘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들 하지. 자기 사업은 늙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좋아. 여기 청계천 공구상가만 해도 80세 넘은 분들 여럿 있어. 올해 86세 되신 분도 있고."

'가가호호' 가업 승계 위한 아들 딸들 함께 근무
"내 사업하겠다"며 떠났던 아들, 매일 걸레질하며 경영공부

그의 집안에는 유독 공무원이 많다. 딸 역시 공무원으로 종로구청에서 일하고 있다. 인터뷰를 한 날에도 아들, 딸과 셋이서 점심을 먹었다고 했다. 장남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아들놈은 나랑 좀 달라서 사업가 기질이 있어. 고지식하지도 않고, 사업 욕심도 있지. 대학교 때부터인터넷에서 축구화도 팔고, 골프용품 회사에도 다니더니 자기 사업을 벌였지. 사업을 하고 싶다기에 내가 돈도 좀 대 줬고. 그렇게 몇 년을 하더니 다 까먹고 돌아왔어.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묻질 않아서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사기도 당하고, 고생을 좀 한 것 같더라고. 돌아온 탕자 같은 거지. 나쁘게 생각할 일만도 아냐. 수업료랄까? 돈 주고 실패해보는 경험을 산 거지. 사업을 시작해 시장을 개척한다는 건 정말 만만치가 않아."

유 대표의 아들도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다. 외국에서 유학을 하고 다른 회사에서도 포워딩(무역대행)업무를 했던 아들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무역 업무를 맡고 있다. 청계천에는 이렇게 두 세대가 함께 일하는 곳들이 많다. 차근차근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대부분은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는데, 딸이 뒤를 잇는 집도 더러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곤 하지만 공구상은 여전히 남자들의 세계다. 아들보단 딸 쪽의 기질이 돋보이는 점포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뒷말이 오간다. "아이고, 그 집은 아들하고 딸하고 바뀌었으면 딱 좋았을 걸. 딸이 성격도 활달하고 훨씬 낫던데."

아버지와 아들이 일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엄마와 딸은 나이가 들면 친구가 된다지만 부자간에는 묘한 긴장감이 돈다.

"부자들간에는 대화가 잘 안 돼. 말로 설득하고 차분하게 대화를 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 우리는 '무조건 하라면 해' 식으로 배웠으니까. 내가 일을 시키면 직원들은 못마땅해도 그냥 하지. 사장이니까. 근데 아들은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해. '왜 그러냐'고 따져 물으니 의견이 충돌하는 거지. 그래도 아들이 다리 역할을 잘 해줘서 고마워.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나한테 전달하거든. 아들과 같이 일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회사 월급도 많이 오르고 근무환경도 좋아졌어. 아들이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 계속 얘기를 해주거든. '이 돈 받고 요즘 이런 데서 일할 사람 없다'면서."

낡은 가게에 청년인력 채용 '하늘의 별 따기'
힘들지만 청계천 전통과 역사 지키려 고군분투 중

청계천 공구상인들은 힘겨운 시절을 겪고 있다. 상권의 활기는 예전만 못한데 임대료는 오른다. 잊을만하면 재개발 얘기도 흘러나온다. 수십 년 묵은 점포들은 유지 보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역사의 흔적이 묻은 가게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예스럽고 정겨우나 삶을 일궈가는 이들에게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낡은 공구상가에 청년 인력들을 모셔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내가 청계천에서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지. 사람 뽑기가 정말로 힘들어. 인터넷에서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와도 현장을 보곤 그냥 가버려. 근무환경이 좋질 않잖아. 상황이 열악하지마는 이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어. 청계천의 전통과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지. 한국산업용재협회(구 한국기계공구상연합회) 회관을 만들어 힘을 모으려는 계획도 갖고 있고. 힘들고 어려워도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일이야."

글 / 이혜원 (won@i-db.co.kr)| 작성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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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소환 2017.06.30 PM 02:14 수정 수정취소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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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젊은 청계천을 떠올리면 산업의 산파 역할과 대박 신화로 번들거리는 기름 냄새가 아릿하게 치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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