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명품공구⑥ 할더│골라 만드는 재미가 있는 조립식 망치
"강릉에서 공방을 운영할 때 저를 보살펴주던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같이 공방에서 작업을 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냈는데, 제가 손으로 부자재를 치는 것을 보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목수가 손으로 무언가를 내리치는 것은 목수를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목수는 손이 생명이고, 제일 소중하다는 겁니다. 그때 알았죠. 단단한 목재를 손으로 내리치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걸. 강한 진동은 손뿐 아니라 팔목에도 무리를 주거든요. 그 후부터 망치를 항상 옆에 두고 작업하고, 그런 이유로 선택한 게 할더 망치였습니다." (박근우 목수)
망치는 물건을 두드릴 때 쓰는 타격용 공구다. 일반적으로는 못을 박거나, 구부러진 면을 두드려 반듯하게 만드는데 사용한다. 일명 '오함마'라 불리는 슬래지해머는 파괴용도로 쓰기도 한다.
할더는 망치만 제대로 만드는 독일의 공구 제조사다. 할더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부품을 조립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1938년 세계에서 최초로 조립식 망치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목수들의 편의를 고려한 무진동 망치도 할더의 특허품이다. 망치로 내려쳤을 때의 반동을 최소화해 타격효과를 높이면서도 소음을 줄여주는 제품이다.
할더 망치의 3요소 ① 인서트(insert)
인서트는 부속품이라는 뜻이다. 할더 망치는 양쪽 면으로 구성돼 있는데, 각각 다른 재질의 인서트를 끼울 수 있다. 소재는 경도에 따라 TPE-연질부터 합성 고무, 슈퍼플라스틱, 나일론, 경금속, 동까지 다양하다. 소재는 목적에 맞게 쓰면 된다. 제품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말랑말랑한 연질을, 윤활유나 오일에 내성을 가진 소재가 필요하다면 플라스틱을, 단단한 작업이 필요하다면 동을 택하면 된다.
할더 망치의 3요소 ② 하우징(housing)
하우징은 인서트와 인서트를 연결하는 망치의 중앙 부분이다. 소재별로 보면 주철 하우징, 알루미늄 하우징, 강화된 주철 하우징으로 나뉜다.
주철 하우징은 손잡이를 강하게 잡아줌으로써 진동과 소음을 감소시키고, 잘못된 타격으로 인한 목 분위의 파손을 방지한다. 알루미늄 하우징은 가벼워서, 정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민감한 공작물 작업을 하는데 용이하다. 강화된 주철 하우징은 동 인서트 등 단단한 재료를 쓰거나 높은 안전성을 요구하는 작업에 적합하다. 셋 중 가장 무거워서 들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할더 망치의 3요소 ③ 손잡이
손잡이는 크게 세 종류다. 나무, 유리섬유, 히코리나무다. 할더에서 '고품질'이라는 이름을 붙인 나무 손잡이는 진동을 감소시키고, 두 번의 코팅처리를 해 쉽게 더러워지지 않게 제작됐다.
유리섬유 손잡이는 내구성이 강하고 표면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반드시 강화 주철 하우징과 함께 써야 한다. 고밀도, 고강도의 히코리 나무는 대형 해머와 주철 하우징에 주로 쓴다. 일반 나무 손잡이는 무게가 100g 안팎인데 반해, 히코리 나무 손잡이는 크기도 크데다 중량감도 상당하다. 무거운 제품은 손잡이만 1kg에 육박한다.
히코리 나무
목재 횡단면이 매끈하고 무늬가 아름다운 나무. 밀도가 높아 단단하고 질기다. 긴 섬유 구조로 돼 있어 공구를 사용하던 중 파손되더라도 안전한 나무다. 항공, 건축, 가구, 함선, 악기, 공구 자루로 많이 쓰인다.
망치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① 클래식 공연에 오함마가?
'오함마'는 육중한 슬래지해머를 뜻하는 용어로, 현장을 철거하거나 물건을 파괴할 때 사용하는 망치다. 일본어 오오함마(大ハンマ一.큰망치)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며, 영화 '타짜'의 명대사인 "오함마 가져와라"로 유명하다.
이런 오함마가 클래식 공연장에서 목격되는 일도 있다. 말러의 교향곡 6번 중 4악장에 슬래지 해머를 사용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말러는 굉음과 같은 커다란 소리로 운명의 타격을 표현하기 위해 이 같은 주문을 했다고. 나무 통을 거대한 나무 망치로 내려쳐 웅장한 소리를 내는데, 이 광경을 처음 보는 관객들은 깜짝 놀라 아연실색한다. 따로 망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 교향악단에서 각자 알아서 오함마를 준비해서 공연에 임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는 이 오함마를 '떡메'라고 부른다.
건설현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오함마를 클래식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그러나 잘못 쓰면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영상보기)
망치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② 우리나라 법정에는 판사봉이 없습니다
우리 일상에서 망치를 공구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현장은 돌잔치다. 돌잡이를 할 때 나무망치인 판사봉을 잡으면 법조인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 법원에서는 판사봉을 사용하지 않는다. 법원 내 권위주의를 내려놓겠다는 명목으로 1960년대에 이미 없앴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아직도 판사가 법봉을 두드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국회에서는 아직도 의사진행과정에서 나무망치를 두드린다. 이 망치는 의사봉이라고 부른다. 개회를 선언할때, 안건을 의결할 때 세 번씩 두드린다. 뉴스에서는 특정 사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안건을 의결하지 못하도록 의사봉을 빼앗는 풍경도 간혹 연출되지만, 실제로 의사봉을 두드리는 것과 통과 유무는 무관하다. 의사봉을 두드리지 않아도 선포하고 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의사봉은 관례에 따라 사용할 뿐이라는 말이다.
글 / 이혜원
(won@i-db.co.kr)| 작성기사 더보기
사진 / 할더
[ⓒ 산업정보포털 idb.imarke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상품 보기
관련 기사 보기
-
- 명품공구① PB스위스│여자도 공구를 좋아할 수 있다, PB스위스라면
- 공구를 사용하는 여자들은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공구는 왜 디자인과 색깔이 다 똑같을까? 그녀들에게 공구는 무뚝뚝해보이기만 합니다. 독특한 디자인에 다양한 색상의 제품이 있다면, 그녀들은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피비 스위스는 그런 소비자들을 위해 탄생한 명품 공구입니다.
-
- 명품공구② 스냅온│공구계의 에르메스? 6000만원짜리 공구세트
- 패션계에선 에르메스가 최고의 명품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디자인은 취향이니 논외로 하더라도, 가격만큼은 절대적이죠. 에르메스의 가방은 수천만원을 호가합니다. 그럼에도 없어도 못 판다고 하니, 명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가봅니다. 그런데 여러분 공구계에도 명품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미국의 스냅온(Snap-on)입니다.
-
- 명품공구③ 리넬슨│대패에도 명품이 있다
- 우드워커(woodworker) 역시 장비 욕심이 만만치 않기로 유명합니다. DIY 인테리어가 대세로 자리 잡으며 가구 공방에서 나무로 의자나 테이블 등을 만드는 취미인들이 늘고 있는데요, 목공구인 대패, 끌, 톱에도 명품이 있습니다. '리넬슨'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나무를 썰 때 쓰는 톱만 해도 일반적인 제품은 1만원이면 사지만 리넬슨 제품은 30만원(275달러)이 넘습니다. 오늘은 나무쟁이들에게 꿈같은 브랜드인 리넬슨의 제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
- 명품공구④레더맨│남자의,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멀티툴
- 공구는 기내반입 금지 물건 중 하나다. 맥가이버칼이나 드라이버, 렌치 등은 흉기가 될 수 있어 가지고 탈 수 없도록 돼 있다. 유일하게 가지고 탈 수 있는 제품이 바로 레더맨의 멀티툴, 트레드(tread)다.
-
- 명품공구⑤ 힐티│123층 국내 초고층빌딩을 지탱하는 명품의 힘
- 롯데월드타워,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호남KTX, 동대구역 환승센터, 삼성 R&D센터의 공통점은? 바로 글로벌기업 힐티(Hilti)의 제품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힐티는 해머드릴, 충전/절단공구, 그라인더, 레이저 측정기 등으로 유명한 공구 제조사다. 동시에 앵커, 방화재, 단열폼 등 건설현장에 필요한 제품들도 다룬다. 오늘의 명품공구는 리히텐슈타인에 본사를 둔 글로벌 브랜드, 힐티다.
-
- 명품공구⑥ 할더│골라 만드는 재미가 있는 조립식 망치
- 할더는 망치만 제대로 만드는 독일의 공구 제조사다. 할더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부품을 조립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1938년 세계에서 최초로 조립식 망치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목수들의 편의를 고려한 무진동 망치도 할더의 특허품이다. 망치로 내려쳤을 때의 반동을 최소화해 타격효과를 높이면서도 소음을 줄여주는 제품이다.
-
- 명품공구⑦ 루반│중국산 카피캣 NO, 대패계의 샤오미
- 미국에는 리넬슨이라는 명품공구 브랜드가 있다. 모든 제품을 미국에서 만드는 Made in U.S.A 브랜드로, 목공하는 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대패 하나에 적게는 30만원에서 최대 60만원까지 하다보니 대체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다. 그 브랜드가 바로 중국산 루반(Luba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