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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공구④레더맨│남자의,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멀티툴
공구는 기내반입 금지 물건 중 하나다. 맥가이버칼이나 드라이버, 렌치 등은 흉기가 될 수 있어 가지고 탈 수 없도록 돼 있다. 유일하게 가지고 탈 수 있는 제품이 바로 레더맨의 멀티툴, 트레드(tread)다.
트레드는 철저하게 남성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 이 제품의 무게는 168g. 아이폰7(138g)보다 무겁고, 최근 출시된 갤럭시S8(155g)보다도 무겁다. 스마트폰보다 무거운 액세서리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1.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자, 이제 이 해괴한 물건의 기능을 살펴볼 차례다. 이 팔찌에는 무려 29가지 공구가 숨어있다. 해체하면 공구가 드러난다. 팔찌 각각이 하나의 공구인 셈이다. 십자드라이버,일자드라이버, 육각 드라이버, 박스렌치, 병 오프너, 커팅 훅, 유심카드 툴, 유리파쇄기 등이 포함돼 있다.
[출처: 레더맨 유튜브 'How-to: Leatherman Metric Tread' 영상 캡처]
이 팔찌 하나에 이렇게 많은 공구들이 숨어있다는 뜻이다. [출처 : 레더맨 호주 인스타그램]
2. 신기하긴 한데…실제로 써보면 어떨까?
일단 트레드가 독특한 제품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어보인다. 누가 공구를 팔에 감을 생각을 했겠는가. 하지만 실용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레더맨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제품을 친구에게 추천하겠다는 비율은 78%, 평점은 5점 만점에 3.9점이었다.
리뷰를 보면, 손목에 찰 수 있어 휴대하기 간편하고 기능이 많다는데 만족감을 표하는 후기들이 많았다.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다는데도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제품이 지나치게 무겁고, 디자인이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링크를 하나씩 빼서 사용해야 하는 방식이 불편하고 어렵다는 응답도 눈에 띄었다.
3. 짜장과 짬뽕보다 어려운 선택, 실버 vs 블랙
트레드는 금속분말 사출성형법의 '17-4 스테인레스 스틸'로 제작했다. 17-4 스테인레스 스틸은 탁월한 강도와 경도를 가지고 있어 산업용 제품에서 많이 쓰이며 우주 항공, 화학 및 금속 가공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한다. 액세서리 중에선 시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스틸 유형이다.
[출처: 아이마켓 레더맨 검색 화면 캡처]
일단 구매하기로 정했다면 색상이 고민이다. 살지 말지 정하는 것보다 무슨 색을 살지가 더 큰 문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트레드는 색깔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사업자 전문 쇼핑몰 '아이마켓'에 따르면 실버 색상이 약 16만5000원, 블랙 색상이 21만원이다. 트레드가 팔찌 공구 치곤 싼 편이 아니니,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실버를 고를 것이다.
문제는 블랙이 상당히 잘 빠졌다(?)는데 있다. 블랙은 실버와 같은 재질에 블랙 DLC(다이아몬드 라이크 카본)코팅을 입혔다. DLC코팅은 다이아몬드의 주 성분인 탄소성분의 가스를 이용해 표면을 코팅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마켓의 MD, 디자이너, 개발자 등 여러 직군의 남성 10명에게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블랙의 선호도가 훨씬 높았다.
10명 중 7명은 블랙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블랙이 절대적으로 좋다기 보단, 실버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블랙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10명 중 3명은 실버를 꼽았다. 실버가 블랙에 비해 깔끔하고, 밝고 가벼워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색깔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니 각자의 선택에 맡기기로 하자.
4. 패션아이템? 웨어러블 공구?
기능적인 면에서 보자면 트레드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레더맨에서 만들어왔던 실용적인 멀티툴들과 비교하면 기능적인 면에선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팔찌 형태로 만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다. 진짜 업무용도로 제대로 쓰고 싶다면 트레드가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다. 다만, 공구 사용이 종종 필요한데, 멋까지 내고 싶다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유행에 힘입어 레더맨은 트레드를 시계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까지 출시했다. 그런가 하면 골드한정판 등을 출시해 패션 액세서리로의 면모도 보여준다. 트레드는 '웨어러블 툴'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중이다.
5. 레더맨은 누구?
레더맨의 창업자인 팀 레더맨. 1980년대 초반의 모습. [출처: 레더맨 공식홈페이지]
레더맨은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창업주 이름이 바로 팀 레더맨(Tim Leatherman)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레더맨은 홀로 여행을 다니며 플라이어(물체를 고정할 때 쓰는 수공구)가 장착된 멀티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일을 계기로 레더맨을 창업해 멀티툴만 전문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리넬슨, 스냅온 등 미국에서 시작된 명품 공구 브랜드는 많다. 레더맨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두 가지 이상의 공구가 결합돼 있는 멀티툴이라는 점이다.
레더맨의 모든 제품은 700여명의 오리건 주 주민들이 만든다. 품질보증기간은 25년. 창업주인 팀 레더맨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이렇게 표현한다. "모든 제품은 완벽해야 합니다. 제 이름이 들어가니까요."
글 / 이혜원
(won@i-db.co.kr)| 작성기사 더보기
그래픽 / 이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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