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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X 사용설명서 展]쓰레기는 만들어지는 걸까, 태어나는 걸까?
‘쓰레기 X 사용설명서’ 전시장 전경
박물관에서 전시하는 유물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처음부터 유물은 아니었다. 어쩌면 과거 사람들에게는 ‘쓰레기’였을지도 모른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서울 행당동 출토 생활 쓰레기 유물에는 일제시대 때부터 현재까지 사용한 유리병, 안경, 그릇 등이 있다. 관점에 따라 쓰레기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는 것.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오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쓰레기 X 사용설명서> 展은 쓰레기를 보는 시선과 재해석한 작품을 소개한다.
#新 쓰레기 풍속도
1인 가구와 4인 가구가 하루 동안 배출하는 쓰레기를 촬영한 영상 및 설치 작업
끊임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 시대에 우리를 유혹하는 물건들은 너무나 많다. 실용성과 편의성을 이유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일 수많은 종류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최근에는 일회용품 외에도 재활용이 안 되는 전자 쓰레기들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 십장생’은 이 일회용품의 소재와 전자 쓰레기를 바탕으로 십장생을 새롭게 표현한 작품이다. 캔으로 만든 대나무숲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학 등 쓰레기의 유해함을 재치있게 풀어냈다.
스티로폼, 캔, 전자 쓰레기 등을 소재로 만든 에코퍼센트의 ‘신 십장생’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
철모로 만든 똥 바가지
과거에 우리는 분뇨마저 거름으로 사용할 만큼 모든 것을 쉽게 버리지 않았다. 새롭게 가공해 사용하는 재활용은 물론 기종의 의미를 더한 새활용 제품들도 그만큼 많았다. 전시장에서는 1950~60년대 방을 재현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군용 철모를 이용해 만든 도구, 군용 담요를 재활용한 바지, 담뱃갑으로 만든 카페트나 라면 포장지로 만든 밥상보 등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제품들이 많았다. 이러한 새활용의 아이디어는 버려진 옷가지를 이어 만든 디자인 그룹 맺음의 의자 디자인을 통해 현재에도 새로운 의미를 더해 보여주고 있다.
1950~60년대 재활용 제품을 모은 공간과 맺음을 비롯한 현재의 새활용 디자인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공간을 나란히 배치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 번 버린 쓰레기도 다시 보자
정약용의 하피첩. 폐지로 재활용될 뻔한 위기를 넘어 현재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국보급 보물도 만나볼 수 있다. 정약용의 하피첩과 영조 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 윤선도 가문의 미인도가 그 주인공. 놀랍게도 이 작품들은 모두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하피첩은 정약용이 자신의 두 아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을 적은 서첩이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의 수레에 있던 것을 범상치 않은 작품임을 직감한 한 시민이 구입했다. 이후 ‘TV 쇼 진품 명품’에 의뢰한 결과 작품의 진가를 찾았을 뿐 아니라 감정가 1억 5천만 원을 받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윤두서의 손자 윤용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미인도.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보물이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영조대왕 의궤는 영조의 태실 돌난간을 조성하는 과정과 절차 등을 담은 책으로 이 역시 다락방에 묻혀 있던 것을 군청 직원에게 기증한 후 빛을 발하게 됐다. 한국에서 손 꼽는 미인도 중 하나인 윤선도 집안의 미인도 역시 운명이 기구하다. 책장 안에 버려진 새까만 종이를 확인하지 않고 버리려다가 발견하게 된 것. 어쩌면 쓰레기 더미 속에 진짜 보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전시 포스터 ⓒ국립민속박물관
글 / 정은주
(jej@i-db.co.kr)| 작성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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