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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전자상가(이하 세운)와 용산전자상가(이하 용산)는 서울을 기반으로 둔 전자상가라는 점 외에도 탄생 과정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정부의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도시 개발의 시작이며, 한 시대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다 점차 쇠락의 길을 걸으며 도시 재생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까지 비슷하다. 놀랍도록 비슷한 둘 사이의 평행이론을 하나씩 파헤쳐 본다.
Part 1. 비범한 시작
세운상가는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판자촌 사이에 새로운 상권을 개발하고자 만든 서울 도시 계획 중 하나로 탄생했다. 1966년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김현옥이 ‘세상의 기운이 다 모여라’라는 뜻에서 ‘세운(世運)’이라 이름 붙일 정도로 많은 관심 속에서 태어났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에 사람들은 앞다퉈 입주를 신청했고, 음향 및 전자 부품 등을 중심으로 일대에는 전자 상가 붐이 일기 시작했다.
기대감을 안고 태어난 건 용산상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용산청과물시장을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으로 옮긴 자리에 대규모 전자상가단지(약 1만 9천평)와 관광터미널을 건설했다. 용산상가는 설립부터 일본의 아끼하바라를 목표로 물류와 전자 산업의 중심라는 계획 아래 만들어졌다. 서울 중심부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인근 지역 개발의 신호탄으로 기대를 모았다.
상가들의 상가 세운상가와 용산상가는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복합 쇼핑몰과는 거리가 멀다. 구조로 보자면 전통 시장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미로(?)를 연상시키는 복잡한 동선, 쇼핑몰이라고 하기엔 다소 폐쇄적인 구조다. 용산상가를 ‘용던(용산던전의 줄임말)’이라고 부른 것을 보면 그 이유를 알만하다. 무엇보다 하나의 몰이 아니라 여러 개의 상가가 모여 만들어진 곳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세운상가가 2008년 철거된 현대상가를 포함해 세운, 대림, 청계 등 8개의 상가를 포함해서 부른다면, 용산상가는 2014년 철거된 터미널상가와 함께 전자랜드, 원효, 나진, 선인 등 10개 상가를 아우른다.
Part 2. 예정된 흥행
세운상가와 용산상가 모두 197~80년대와 1990년대. 2000년대에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고 단언해도 좋을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197~80년대 세운상가는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한국의 컴퓨터, 전자 부품, 소프트웨어가 모두 이곳을 통해 유통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던 건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와 ‘빨간 비디오(?)’라 불리던 성인 영화였다. 오락기, 게임팩 등을 구입할 수 있는 B급 문화의 성지로 불렸다.
용산상가는 컴퓨터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컴퓨터와 주변기기, 디지털카메라, 게임 소프트 등 각종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종합전자상가로서 발돋움하기 시작한다. 1990, 2000년대에 이르는 다양한 개인용 가전제품의 등장과 흥행은 용산상가의 꽃길을 보여주는 듯했다. 용산 하면 게임을 빼놓을 수가 없었다. 불법 게임 소프트를 양산을 통해 덕후 문화를 양산했고, 현재의 e스포츠 경기장도 용산에 있을 만큼 그 명성이 자자했다.
Part 3. 위기의 시절
언제까지 계속될 것만 같았던 성공 가도는 새로운 쇼핑몰과 거듭된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저물어갔다. 세운상가는 1990년대 이후 시작된 강남개발과 용산전자상가, 양재국제종합전자상가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이때 많은 세운상가 상인들이 용산으로 이주해 터를 닦게 된다. 재개발의 역사는 더 험난하다. 1995년 공원화 계획을 시작으로 2003년 청계천 복원사업, 2008년 현대상가 철거 등을 통해 세 차례나 재개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자연스럽게 상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전의 명성은 과거의 추억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이면에는 가전제품 수리도, 불법 DVD나 비디오를 구입하지 않는 시장 변화가 겹쳐 있었다.
용산상가 역시 새로운 쇼핑몰의 등장과 함께 위기가 찾아왔다. 그 주인공은 인터넷 쇼핑몰. 2000년대 용산전자상가의 일부 상인들을 ‘용팔이’라고 불렸다. 그 말인 즉 가격 바가지를 쓸 확률이 높아서였다. 굳이 발품을 팔며 ‘용팔이’들을 만나지 않아도 인터넷 쇼핑몰에선 가격 비교부터 배송까지 가능하니 굳이 용산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재개발 계획 역시 오랜 부침을 겪었다. 2006년 처음 등장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공사와 함께 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결국 2013년 전면 정산 절차를 겪으면서 이들의 미래를 사라지는 듯했다. 5년 만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본격화되고 2014년 8월 철거한 터미널 상가에 들어선 서울 드래곤 시티 호텔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중이다.
Part 4. 반전
현재 세운상가와 용산전자상가는 재개발보다 재생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물꼬를 튼 것은 세운상가였다. 2014년 2월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전진 기지로 젊은 창업들의 아이디어와 세운 장인들의 기술을 통해 새로운 산업 기지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잇는 ‘다시세운보행교’, 스타트업의 창작 개발공간인 ‘세운 메이커스 큐브’등을 만들었다. 2018년 4월 용산상가의 ‘Y밸리 혁신사업’은 다른 듯 닮았다.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메이커시티’이면서 청년 창업 플랫폼 ‘Y밸리’로 재탄생 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연 이번 결과도 둘 사이의 평행이론을 만들 수 있을까.
글, 사진 │ 정은주 기자(jej@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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