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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전성시대③│유통업체가 PB제품에 목매는 진짜 이유 3가지
PB전성시대①│PB의 시대, 피할 수 없는 미래
PB전성시대②│없어서 못 판다는 PB 18가지, 몇개나 먹어봤니
aPB전성시대③│유통업체가 PB상품에 목매는 진짜 이유 3가지
지금까진 '남의' 제품만 팔았다면, 이젠 '우리' 제품을 판다. PB 판매에 열을 올리는 요즘 유통업체들의 모습이다.
유통업체들은 왜 PB제품을 만들까? 일차적으로는 유통업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훌륭한 PB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그 기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해당 업체를 더 자주 찾게 된다. 가서 PB제품을 또 살 수도 있고, NB제품을 살 수도 있다. 어느 제품을 구입하든 매출이 올라가는 유통업체에는 이득이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PB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현직자들의 말이다. PB제품으로 대박을 터뜨리면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테스코(현재 홈플러스), CJ올리브영 등에서 20년 이상 일해온 이라경 MD가 쓴 책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이 PB제품에 목매는 진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직거래로 들여와 20% 이상 싸게 판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PB제품과 NB제품의 판매가격 비교 조사에 따르면, PB제품은 NB제품에 비해 평균 22.1%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NB제품과 제조사와 주요원료가 동일한 PB제품은 NB제품에 비해 평균 16.6% 저렴했고, 최고 33.3%나 저렴한 제품도 있었다. 제조사가 동일하고 주원료는 유사한 PB제품의 경우, NB제품에 비해 평균 27.7% 저렴했고, 최고 61.3%나 저렴한 제품도 있었다.
납품단가를 보장받을 수 있고,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다면 제조업체 입장에도 PB제품은 이득이다. 유통업체와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으므로 내부 관리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유통회사가 주도적으로 마케팅을 대신하므로 해당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유통업체가 제품 사양이나 포장 디자인, 품질 관리에 관여하거나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만큼 제조업체는 낮은 가격으로 납품할 수 있고, 유통업체는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중간유통을 거치지 않아 마진율도 높일 수 있다.
2. 이마트하면 피코크, 피코크하면 이마트…브랜드 인지도 상승
모든 PB상품이 성공을 거두는 건 아니다. 이라경 MD에 따르면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신제품의 성공 비율은 대략 20% 정도다. 유통업체 브랜드를 단 PB라고 딱히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제품이라도 대박을 터뜨리면, 매출뿐 아니라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PB제품으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는 이마트다. 피코크와 노브랜드는 이미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고, 노브랜드는 자체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었다.
이마트의 식품전문 PB인 피코크 제품들. ⓒ산업정보포털 i-DB
PB(Private Brand)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상품. 유통업체가 상품을 기획한 뒤 제조사에 생산을 의뢰한다.
NB(National Brand)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을 생산한 제조업체가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며 유통시킨다.
MD(Merchandiser) 상품기획자. 소비자의 구매 패턴과 소비 유형을 파악해 시장성 있는 물품을 선택한다.
3. 성공한 PB는 훌륭한 협상도구가 될 수 있다
유통업체는 자사가 개발한 PB상품이 잘 팔릴 수 있게 진열이나 판촉을 강화한다. 유사 상품으로 거래하는 제조사들에게 PB상품은 강력한 경쟁자다. 유통업체가 NB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개발 상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면, 제조사와 협상할 때 유리한 입장을 선점할 수 있다.
PB 기획을 위해 상품 개발에 관여한 MD는 원가 구조나 품질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 제품에 대해 잘 몰라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손해를 볼 일은 없다는 것이다. 유통업체가 PB상품을 론칭하면 유사한 NB상품을 가진 제조사들은 이전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제 PB제품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불과 1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이 MD는 "초기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들의 PB생산에 부정적이었으나, 경쟁 제조업체가 납품한 PB가 성공하는 것을 보자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PB상품을 제조하는 곳들 중 A급 제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대형 제조사들도 전략적으로 유통업체와 손잡고 PB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글 / 이혜원
(won@i-db.co.kr)| 작성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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