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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100억씩 성장, 김형근 대표가 말하는 나비엠알오 성공 비결
“사업 성공에 비밀 노하우 같은 건 없습니다.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죠. 누가 더 충실하게 이행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창사 5년 만에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임한 나비엠알오 김형근 대표는 “회사의 경쟁력이란 남의 것을 베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경기가 어렵다거나 시장 구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은 핑계다. 자체적인 경쟁력만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비엠알오는 일본 MRO 유통사 모노타로(MonotaRO)의 자회사로, 미국 1위 MRO 유통사 그레인저(GRAINGER)에 뿌리를 둔 기업 전용 쇼핑몰이다. 이들은 최저가보단 합리적인 가격을, 영업비밀 유지보다는 공유를 통한 상생을 앞세운다. 모노타로는 경쟁사에도 물류센터를 개방하고 대표가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방은 경쟁력 안돼…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
모노타로, 경쟁사에도 물류센터 개방하고 직접 소개
김형근 대표는 모노타로가 한국시장에 진출한 2013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대표와 모노타로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모노타로는 업무 제휴를 위해 한국 주요 MRO 업체들에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당시 다른 기업들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반면, 김 대표가 무역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동신툴피아에서는 반색하며 회신했다. 세토 킨야 회장(당시 사장)이 김 대표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지 일주일만에 한국을 방문하며 업무 진행은 급물살을 탔다.
10년 이상 동신툴피아에서 공구 유통을 해온 김 대표는 2007년 무역회사를 차려 개인사업을 했다. 이때 김 대표는 모노타로 제품을 한국에 판매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했다. 그렇게 인연을 이어오던 모노타로에서 한국 법인을 준비하면서 김 대표에게 수장직을 권했다. 국내에서 김 대표만큼 모노타로의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10년 가량 세토 회장, 스즈키 마사야 사장과 일하며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대단히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며, 고객과 직원들을 최대한 배려한다”며 “좋은 사람들과 일하니 좋고, 내가 잘 아는 일, 하고 싶은 일이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승낙했다”고 회상했다.
“공구 유통 저마진이라 어려울 것” 예상 깨고 100억씩 성장
“자체 경쟁력만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처음엔 모두가 안 될 거라고들 했다. 한국에도 모노타로같은 B2B 쇼핑몰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국내 MRO 업체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한국은 내수가 작은데 소매상인들이 많아 마진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전국에 뻗어있는 2만여 공구상이 전화 한통이면 물건을 가져다 주는데 누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겠냐고도 했다.
김 대표 생각은 달랐다. “일본과 한국 시장은 비슷합니다. 원자재에 의존하지 않고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에 지식산업이 발달했죠. 자동차와 제조 기반의 형태도 유사하고요. 유통 경쟁이 치열한 게 한국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경쟁이 치열한 건 일본도 마찬가지예요. 주변 여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의 매입 경쟁력을 갖고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마진이 없는 시장이라 공구유통은 어렵다? 크레텍책임 같은 회사는 공구 유통으로 매출 4000억원에 이익 20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경쟁력만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어요”
산업재 유통에 집중…과도한 이벤트는 본질 해쳐
올해 목표 500억원 “향후 5년 과감하게 투자할 것”
그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나비엠알오는 2013년 창사 이래 매년 100억씩 매출이 뛰었다. 2014년 90억원을 달성했고 2016년에 300억원, 2017년에 400억원에 육박했다. 올해 목표는 500억원이다.
비결을 물으니 본질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모노타로의 성공비결은 본질에 충실했다는 점입니다. 산업의 본질에 충실하고, 산업재 유통밖에 안 하죠. 나비엠알오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구합니다. 내일 가격을 올릴 거라면 오늘 하루 가격을 낮추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거죠. 고객은 언제든 자신이 기대한 그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과도한 이벤트는 서비스의 본질을 해쳐요.”
지금까지의 5년은 모노타로 비즈니스를 한국에 론칭해 가능성을 검증받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다르다. 김 대표는 “한국 시장도 미국이나 일본과 다를 게 없으며, 어떤 사업구조에서도 길은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것을 증명하는 게 지난 5년간의 목표였다”면서 “앞으로는 과감하게 규모를 확장하고 투자할 계획이다. 더 좋은 가격 전략과 상품 전략, 배송 납기 전략을 수립해 서비스 레벨을 한 단계 높이겠다. 다가오는 5년은 이 서비스가 고객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글ㅣ이혜원(won@i-db.co.kr)
사진ㅣ 정은주 기자(jej@i-d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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